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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원인과 책임 개념의 구분

진보 또는 시민들은 전 정부가 세월호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위 논리에 근거하여 어떤 이들은 최근 일어난 재난에 대해 현 정부를 비난한다. 현 정부 비난은 애초에 그들이 국가가 재난에 ‘책임을 진다’/‘의무를 다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발상이다.
‘재난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진다’는 ‘국가는 재난의 원인이다’는 말이 아니다. ‘국가는 재난에 대해 신속한/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전 정부이다”라 말한다면, (실제로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에 전 정부가 개입했다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 그것은 잘못된 주장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시민들과 진보/민주 세력이 전 정부를 향해 그토록 난리를 친 이유는 전 정부가 세월호 사태의 원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논리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최근 참사들에 대해 현 정부를 비난한다.

진화심리학은 인종/성/성격 등에 대한 본질주의적 사고의 원인이 다윈적응에 의한 심리 메커니즘에 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강간 행위의 원인이 특정 유전자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원인’은 확률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리처드 도킨스, <확장된 표현형>) 진화심리학에서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들은 환경에 따라 언제나 발현되지 않을 수 있으며, 심지어 (당연한거 아닌가?) 조작된 환경에 따라 개량 가능하다(윌슨, 책 제목이 기억 안남) 더욱이, 진화심리학/생물학자들이 제시하는 인간 행동의 원인들은 사실판단일 뿐이다. 가치와 관련된 인간의 행동, 판단들을 자연적 사실로 환원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음에도 최근 과학자들은 겸손하게도 ‘환원’을 지양한다.
공식적으로 과학자들이 ‘환원’을 지양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사회구성주의자들? - 인종/성/성격 등에 대한 본질주의적 사고의 원인이 심리 메커니즘(유전자)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인간 행위의 원인이 진화에 의한 적응에 있다니, 과학자들이나 과학에 친숙한 철학자들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강간 등을 유전자 탓으로 돌려서 그것들을 정당화한다’
위와 같은 판단은 실로 사실판단과 가치/도덕판단을 구분하지 못함에 기인한다. 재난의 원인과 책임을 구분하지 못하여 현 정부를 비난하는 자들의 지적 수준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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