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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학

'여성혐오' 개념은 정당성 없다.

"혐오", "비하" 등의 표현들이 만연하다. 가령 어떤 교수가 수업 때 "새학기라 그런지 학교에 신입생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여학생들은 병아리같이 왔다갔다 거리고.." 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총여학생회로부터 그러한 발언은 여성혐오이기 때문에 자제할 것을 요구받았다.
많은 표현들에 대하여 그것들은 "여성혐오" 또는 "여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는다. 필자는 이러한 비판은 도덕 판단의 일종이며, 만약 어떤 표현이 실제로 "여성혐오" 또는 "여성 비하"적 의미를 담고있다면 그 표현은 도덕과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의 추측으로는, 여성혐오/비하 관련 비판은 '여성혐오', '여성비하'에 대한 기준 없이 내려지는 감정적 비난에 불과하다. 만약에 기준이 있었다면, 대략 다음과 같았을 것이다.

정의1 X는 여성혐오적 표현이다 =df 표현 X는 여성에 대하여, 사람 S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오직 그 이유로 S를 혐오하는 의미는 가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혐오'인가?)

위의 정의에 대해 역사적 검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역사적 검토를 하지 않아도, 또는 도덕철학을 따로 검토하지 않아도 '어떤 표현 X가 여성혐오적'일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점은 만약 X가 '여성혐오'라면, 그 X는 비판받아 마땅한 비도덕적 행위여야 하며, 또한 그러한 비도덕적 행위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는 직관적으로 안다고 가정할때, '여성혐오'를 정의내리는 것은 엄청난 역사적 지식, 페미니즘 공부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혐오'가 비도덕적 행위가 되려면 ​그것은 S가 여성이라는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S를 차별하거나 소외시키거나 S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그러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지는 비판은 위와 같은 정의/기준 없이 가해진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그러한 비판은 추론이 아니라 인과적 작용으로 생겨나는 감정표현에 불과하다. 여성과 관련된 어떤 표현들이 상당수 여성을 기분 나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아담하다" 같은 표현은 "아담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인과한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표현들이 대다수 여성에게 불쾌한 감정을 인과한다는 사실 여부과 그러한 표현들이 실제로 도덕적인지 비도덕적인지 여부는 다른 문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센스있게 여성이 싫어하는 표현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보다 센스없는, 또는 성적취향을 대놓고 표현하는 남자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필자는 말할 수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키 작은 남성은 별로다"와 같은 표현이 어떤 남자들을 기분나쁘게 한다는 이유로 그 표현 행위가 비난받아야 하는가? 또는 자신의 성적취향을 대놓고 표현하는 여자에게, 그러한 취향을 가지지 못한 남자들을 주눅들게 만든다는 이유로 그것은 "남성혐오"이니 비도덕적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아니다.

정당한 도덕 판단의 과정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1) "여성혐오"의 정의를 명시적으로 표현한다.
& 그러한 정의는 표현 x가 '여성혐오'라면, x는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 에게 승인되는 그러한 정의여야 한다.
(2) 구체적인 표현 a에 대하여, a가 '여성혐오'인 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3) a가 '여성혐오' 표현이 맞다면, a를 발화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그른 행위라고 판단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개되는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한 비판은 위와 같은 방식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필자는 앞서서 "여성혐오"의 정의가 없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들은 다음과 같은 이상한 정의에 근거하는 것 같다.
정의2 표현 X는 여성혐오적이다 =df 표현 X로부터 'X는 여성혐오적 표현이구나'라는 느낌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여성이 적어도 한 명 존재한다

"여성혐오"에 대한 정의가 없든 또는 정의2와 같은 그로부터 진행되는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한 도덕판단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위험성을 지닌다. 첫째, 그러한 판단들은 이모티비즘/비인지주의 윤리학의 근거가 된다. 둘째, 그딴식의 감정표현으로 여성의 인권을 지켜낼 수 없다.